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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활동

[뉴와인] 예수원의 네 번째 강은 북쪽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예수원이 다음 ‘시즌’을 맞았다. 40여 년간 대천덕 신부님을 통하여 ‘노동이 기도요 기도가 노동이라’는 선언 아래 한국인들의 영성의 고향이었던 예수원이 다음 세대인 벤 토레이 신부님과 함께 북한을 위해 길을 예비하는 곳으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작년 여름 즈음, 북한에 대한 무지함에 답답해 하던 나는 예수원에서 북한학교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별다른 고민 없이 곧바로 예수원이 있는 태백으로 향했다. 한국의 많은 크리스천들에게 그러하듯 나에게도 예수원은 고향과 같은 곳이기에 강사진이나 스케줄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믿고 갈 수 있었다. 돌아가신 대천덕 신부님의 자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 여정은 충분히 가치 있으리라.

북한에 대해 배우려고 갔던 북한학교에서 대천덕 신부님의 아들 벤 신부님을 만나게 되었고 삼수령과 네번째강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 민족을 위한 중보기도의 집이었던 예수원이 다음 ‘시즌’을 맞이하고 있었다. 40여 년간 쌓여온 기도와 헌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괸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대 신부님께서 돌아가시자 다음 세대가 일어나고 있고, 그 방향이 북한이라는 것은 나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다음 세대를 일으키고 계신다는 말씀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벤 신부님의 외모에서는 대 신부님을 찾기 어려웠지만 예수원에서 방석을 직접 나르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를 닮은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그 이후 북한학교를 마친 학생들을 주축으로 하는 ‘준비된 백성’이라는 기도모임을 통해 매달 벤 토레이 신부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만날 때마다 대화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과 겸손함은 예수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 그대로였다. 대를 이어 한국을 사랑하는 이 토레이 가문의 헌신과 섬김이 네 번째 강이 되어 북한으로 흘러가게 될 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첫 번째 강 - 나의 부르심 삼수령
예수원에 다음 ‘시즌’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40년간의 기도와 헌신이 쌓여있다가 이제 어딘가로 흘러가려고 한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시게 된 특별한 계기와 삼수령 네번째강 프로젝트에 대해 나눠주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어요. 미국에서 할 일이 있었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예수원과 관련해서 일할 것을 말씀하셨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9월과 10월 즈음에 북한에 대한 큰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북한을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기도하고 상의하면서 북한을 위해 특별히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때 강하게 알게 된 것은 얼마 안으로 북한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수원이 있는 태백 삼수령은 동쪽, 서쪽,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 시작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삼수령(三水嶺)입니다. 저는 어느 날 “강이 에덴에서 발원하여 동산을 적시고 거기서부터 갈라져 네 근원이 되었으니...”라는 창세기 2장 10절의 말씀을 묵상하는데 삼수령이 생각났습니다. 네 번째 생수의 강이 바로 북쪽을 향해 흘러가야 하는 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삼수령에서 바로 그 일을 위해 사람들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2003년 1월, 4월에 예수원을 방문하고 예수원 식구들에게 이 비전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삼수령에는 30년 전부터 예수원이 임대해서 청소년 수련원을 세우려고 했던 땅이 있었어요. 그 곳에 북한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을 훈련해야 한다는 비전을 받았습니다. 정부에서 지난 5월 12일에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제 그 삼수령에 북한으로 생수를 들고 갈 사람들을 훈련하는 훈련원을 세우는 것이 저의 비전입니다. 북한을 향해 네 번째 강이 흘러가 마른 땅을 적실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작년 12월에 한국에 가족들과 함께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아주 작은 한 걸음씩 걸어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곧 열리는 북한학교, 매달 서울에서 열리는 ‘준비된 백서’ 기도모임, 예수원 노동학교 같은 과정들이 북한에 생수를 나를 사람들을 훈련하기 위한 작은 시도들입니다.

두 번째 강 - 나의 아버지 대천덕 신부
대천덕 신부님은 한국 크리스천들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십니다. 한국의 많은 영적 리더들이 가장 영향 받은 사람으로 대 신부님을 꼽는데요. 벤 신부님께는 어떤 아버지셨는지 무척 궁금하네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면 나눠주셔도 좋습니다.

친한 친구, 서로에게 특별한 친구였습니다. 한 가지 기억하는 것은 아버지가 서울에서 성공회 신학원 원장으로 계실 때, 아마 63년쯤 됐을 거예요. 제가 아마 13살이었는지 14살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 때 신학원에 도둑이 많았어요. 그래서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밤마다 돌아다니면서 지키는 것이었죠. 매주 금요일마다 아버지랑 저는 함께 학교로 갔어요. 도둑을 지키는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걸어 다니면서 대화했어요. 많은 것을 아버지로부터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낼 줄을 몰랐어요. 얘기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서 백과사전을 찾으며 함께 공부하기도 했죠. 몇 달 동안 아버지와 그렇게 밤마다 대화했어요. 너무 귀한 추억이죠.

아버지에게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온전한 순종, 순종입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순종하는 삶을 배웠죠. 아버지는 제가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길 원하지 않았어요. 제가 하나님의 뜻을 직접 알고 그대로 순종하기 원하셨죠.

아버지는 80세 되던 때부터 북한에 대한 큰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살아있는 마지막 몇 년 동안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죠. 하지만 오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 이후에 하나님께서 아버지에게 맡기신 그 일을 저에게 맡겨주신 것 같아요. 저도 순종하는 것을 배웠으니 순종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강 - 나의 고향 한국
벤 신부님께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전에 리즈사모님께서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서 모임 하시는 것을 보고 좌식문화가 어렵지 않으신지 걱정했었는데 신부님 가족들은 한국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궁금하네요.

저는 8살에 한국에 왔습니다. 서울에서, 또 태백에서 저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한국은 저에게 고향 같은 곳이에요. 저희 부부, 리즈와 저는 결혼하고 나서 78년부터 2년 동안 예수원에 함께 있었습니다. 우리 둘 다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 문화 어렵지 않습니다. 아들을 한국에서 낳았습니다. 아들에게도 한국이 고향이죠.

한국 사람에 관한 질문은 아주 어려운 질문이에요. 우리는 한국 사람 사랑합니다. 물론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죠. 하지만 한국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믿습니다. 한국교회가 연합한다면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이루실 거라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가 연합하도록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교회가 연합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강 - 나의 사랑 북한
북한에 대한 한국 교회의 시각이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대북지원 등을 통해 그들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정권 자체를 악한 것으로 보고 그 정권의 붕괴를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런 견해를 가진 사람은 정권 붕괴를 위해서는 대북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무엇이 옳다고 딱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곧 문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제가 믿기로는 하나님께서 두 가지 시각 다 사용하실 것이라 봅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지원하고 또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일도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각 단테마다 각자의 부르심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교회 각 단체가 각자의 부르심과 하나님의 온전한 뜻이 이뤄진다고 봅니다.

각자 나름대로 북한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필요한 준비가 너무 부족합니다. 북한의 현실을 바로 이해하지 않으면 오해가 더 쌓일 수 있습니다. 함께 연합하여 연구하고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증조 할아버지이신 R.A. 토레이는 20세기 세계적 부흥의 밀알이 되셨습니다. 또 만주의 한국 디아스포라들 가운데 부흥의 불씨가 되셨죠. 또 대천덕 신부님께서 한국 전쟁 이후 한민족의 부흥의 통로로 쓰이셨다고 믿습니다. 한국의 다음 세대를 위해 또 한국으로 보내심을 받으신 벤 신부님께서 한국의 다음 세대, 부흥의 세대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한 나라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습니다. 북한의 문을 열고 복음을 전하는 세대가 되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회복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북한 사람들은 선교사로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에도 막히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그 일이 일어나도록 한국의 교회가 연합하여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갈 때 부흥이 일어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부님께서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예수님 몸 된 교회가 갈등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가 되길 기도합니다. 지도자가 겸손하길 기도합니다. 주님 앞에 회개하길 기도합니다. 형제 자매가 서로를 인정하고 돕는 이 나라가 되길 기도합니다. 꼭 그렇게 되길 기도합니다.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대담정리 / 진희경(New Wine 객원기자 [ 2006-07 ]